미국의 디지털 건축가 .
인터뷰[]
-당신이 원하는 건 유행을 따르는 건축인가?
- 유행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 나는 건축이 음악이나 그림과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건축이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되찾고 우리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테면 비틀스처럼 사회와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유독 건축에 있어서만 이미 만들어진 것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건축가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떤 껍데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회 환경을 결정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한다. 건물은 사람들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흔적을 남긴다.
-당신은 조화를 추구하는가? 각 영역이 뭉쳐서 새로운 통일체를 이루길 원하는 건가?
- 그 점이 바로 피터 아이 만이나 우리 세대를 구분하는 특징이다. 우리는 전체론 개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건물은 고전 건축물처럼 조화로워야 한다. 하지만 엄격한 질서가 아니라 훨씬 가변적이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원한다. 건축은 조화에서 나오는 질서와 아름다움이다.
-해체주의를 타도하자는 건가?
- 우리가 이런 걸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2년 전에 게리가 찾아와서 모형을 보고는 놀라더니 "아니군, 우린 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아. 당신이 작업하고 있는 건 조화로워 보여."라고 했다. 우린 형식 면에선 비슷하지만 관심사가 다르다. 세대 차이일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인가?
- 질서를 붕괴할 새로운 방법을 찾는 일엔 더이상 관심이 없다. 나는 사물을 유기적으로 조직화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싶다. 그리고 1960년대의 유토피아적 이념에 감동받으며, 건축은 다시 주류에 합류하고 다른 예술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비평가들은 당신에게 의미가 있는 건 아름다운 외형뿐이라고 한다.
- 외형을 중요하게 여기면 사회에 관심 없다는 이상한 편견이 있다. 나는 사회적 문제가 건축의 출발점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설계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설계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가 건축적인 해결 방안과 어떻게 대립하는지 알 수 있다.
-당신이 사실상 처음 건축한 건물은 뉴욕의 한 교회였다. 컴퓨터가 그려낸 도면과는 아주 달라 보였다. 왜지?
- 나는 컴퓨터를 이용해 단지 새로운 설계 기법을 시도할 뿐이다. 반면 사람들은 컴퓨터에 나타난 것과 똑같은 건물, 매끄러운 건물을 지으려 애쓴다. 18세기부터 건축가가 형태를 만들면 공학자가 형태를 분석하는 것으로 나뉘어졌다. 컴퓨터는 이러한 구분을 없애고 직관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어떤 형태인가?
- 나는 성장하는 건물을 원한다. 어떤 사물을 보면 거기에 시간이 덧입혀졌는지 아닌지 한눈에 알 수 있으니까. 컴퓨터에서 건물은 성장 과정과 비슷한 단계를 밟는다. 물론 설계 단계에만 국한된다. 여기서 우린 상호작용하는 온갖 가능한 변수를 즉시 얻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나타난 유기적 형태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에 정확하게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우리 도시가 미래에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군.
- 그 문제는 많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물론 도시의 정경이란 주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항상 건물을 먼저 생각하고 그 후에 도시 구조를 생각한다. 내가 순수한 건축 연구에 흥미를 갖게 된 건 구체적인 모형들에 대해 오래 생각한 후였다.